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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내용
당신 가버린지 34일
작성자 김**
등록일 2000.03.27
3월 26일 일요일. 당신 가버린지 34일
난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는데...
세상의 틀에 들어가지 못하고 물 위에 기름처럼 겉돌다 간남자.
술의 힘을 빌어서야 자유를 느끼던 남자.
날다가 날다가 날개짓이 힘들어지면 내려앉아 쉴 수 있는 당신만의 고목이고 싶었는데...
우리 처음 만남부터 늘 그랬듯이 언제나 그 자리에 당신만을 기다릴수 있는 여자인데...
이제 그 기다림마저 나에게는 과분한 것이었을까?
내 건강 좋아지면 우리둘이 분식점 다시 하자며 당신이 챙겨둔 물건들 이제 정리를 해야겠다.
그 물건들 볼때마다 숨이 탁탁 막혀 견딜수가 없어.
저 물건들은 당신손길 기다리는데 당신은 이제 안오는걸.
틈날 때마다 당신 물건들 나 몰래 치우시던 엄마의 마음 알것만 같아.
어제 둘째오라버니 생일이었어.
두 놈이 다녀왔는데 식구들 다 모였다고, 엄마만 없었다고.
큰놈이 말하더라. "엄마는 왜 안갔어?"
난 큰놈은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어린애일 뿐이더라구.
당신없는 나는 큰소리로 웃을수도 없다는걸, 당신이 좋아하던 음식은 먹을수도 없다는걸,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애일 뿐인걸.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에 익숙한 나.
언제쯤이면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여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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